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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4

덩유덩 2016. 8. 25. 19:44

 독일에 왔다. 오는 데 꼬박 24시간이 걸렸고, 호주에서 한 번 지독하게 경험했던 비행이라 몸이 힘들지는 않았다. 북경 공항에서 경유하는 시간과 더불어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도착했을 때, 기차를 타고 만하임에 와서 YannickLilly를 만났을 때, 기숙사 오피스를 찾으러 한참 헤매고 여기저기 물어보러 다닐 때까지만 해도 설렘에 부풀어 있었다. 왠지는 모르겠다. 기숙사가 너무 높아서였는지, 관리인 아저씨가 짐 옮기는 것을 도와주지 않아서였는지, 내 힘으로 4층까지 끌고 온 캐리어가 너무 무거워서였는지도 모른다. 난 우울하다. 낯선 곳에 혼자다. 플랫 메이트들은 반겨주지도 않고, 소희는 카톡 답장도 안 하며, 이 넓은 방과 부엌에 대한 사용 설명조차 들은 바 없다. 아까 Netto에 갔었다. 캐셔는 불친절했고, 나는 당황했다. 아무도 날 챙겨주지 않는다. 이곳이 낯선 땅이고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은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날 우울하게 하는 것은 외로움이다. 난 외롭다. 내 옆에 누구도 있지 않다. 따라다니며 잔소리해주고 치워주고 어르고 달래줄 누군가가 없다는 사실이 나로 하여금 너무 슬프게 만든다. 단 한 번도 혼자였던 적이 없는 나는 이곳에 덩그러니 혼자 남겨졌고, 그로 인한 두려움과 더불어 부족함을 채우지 못하는 데서 비롯되는 갈망 비슷한 감정이 나를 가득 메우고 있다. 나를 짓누르는 건 허기보단 허전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