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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3
덩유덩
2016. 9. 24. 08:52
11시에 버스를 타고 만나러 가기로 했는데 소희가 루카스 집에서 손을 잡고 나와서 그냥 셋이서 다 같이 버스를 탔다. 역에서 올 때 기차표를 사고 기차에 탔는데 생각보다 좋아서 놀랐다. 자기 딱 좋을 거라 생각했는데 내 뒤에 앉은 아저씨가 세상 떠나가라 코를 고셔서.. 거기다 목도 결리고 해서 잠을 제대로 못 잤다. 우리가 기차를 잘못 탄 건지 잔다고 몰랐던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기차는 예정된 시각에 드레스덴으로 가지 않고 베를린으로 갔다. 자다가 오빠가 깨워서 그 얘기를 들었는데 그냥 멍했다. 셋이서 멍하게 내려서 베를린을 구경하기로 했다. 챙겨온 거로 대충 끼니를 해결하려고 밖에 앉았는데 추워서 옷을 빌렸다. 오빠가 챙겨온 샌드위치도 하나 얻어먹었다. 소희는 안 챙겨와서 역에서 하나 샀고. 다 먹고 정처없이 걸으면서 구경을 하기로 했다. 브란덴부르크 문도 봤고 의회 건물도 봤다. 그 앞에서 하이에나처럼 생긴 아주 큰 개가 나를 너무 좋아해서 뛰어들었다. 넘어지 뻔했다. 개의 주인 아저씨는 풀밭에 누워서 세상 편하게 시간을 보내고 계셨다. 또 걷다가 기념품점을 좀 보고 베를린 장벽을 보러 갔다. 생각보다 별 거 없었는데, 관광객은 정말 많았다. 유엔공원 같았다. 이것저것 설명을 읽으니 재미는 제법 있었다. 체크포인트 찰리는 정말 별 게 없었고, 바로 kfc를 먹으러 가서 한참 앉아있었다. 패스트푸드점도 돈을 내고 화장실을 써야 한다는 게 정말 끔찍했다. 또 정처없이 걷다가 큰 정원에 들러서 한참 앉아서 얘기를 했다. 무슨 장애인을 위해 싸인을 받고 기부를 받는 사람들이 와서 우리한테 돈을 내는 것을 강요했다. 한참 실랑이를 하다가 겨우 쫓아보냈는데, 자전거 타던 아저씨가 우리보고 가방에 지갑이 잘 있는지 확인하라고 하셨다. 넘나 다정한 것. 베를린 필하모니 하우스를 보고 역으로 돌아갔다. 가는 길에 잠깐 또 벤치에 앉아서 악기 연주 소라를 들으며 포도를 먹었다. 기차는 한 시간이나 가만히 서 있었다. 그래서 한 시간 늦게 도착했다. 먼저 체크인을 하고 맥도날드에 가서 두시간 반을 앉아서 얘기했다. 1시가 넘어서 숙소로 돌아와 씻고 누웠다. 집에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