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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위니

덩유덩 2016. 9. 26. 07:02

 넷플릭스에 가입해서 처음으로 본 영화다. 자막이 없기 때문에 애니메이션을 골랐다. 혹시 말이 너무 많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다행히도 대사가 별로 없었다. 이 글은 아주 짧은 일기 형식의 소감이다. 나는 영화 보고 대화를 나누는 것을 좋아하지만 그럴 사람이 없으므로.

 

 주인공인 빅터는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친구이자 반려견인 스파키를 사고로 잃게 된다. 내가 이 영화에 집중하게 된 계기 또한 이 때문이 아닐까 싶다. 나는 친구가 별로 없다. 특히 독일에서의 지금은 그냥 혼자라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내게는 빅터에게 있어 스파키와 같은 소중한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이 있기 때문에 친구가 없어도 괜찮았으며, 다시 만날 날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어느 날 갑자기 그 사람이 사라진다고 생각을 하니, 영화에서는 크게 다루지 않은 빅터의 슬픔을 느낄 수 있었다. 정말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을 텐데.

 

 빅터는 스파키를 보내지 못했다. 그래서 살려냈다. 하지만 마지막 장면에서 그는 심장이 뛰지 않는 스파키에게 자기 마음 속에 있을 테니 돌아오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한다. 처음 스파키가 죽던 날 빅터를 위로하려는 엄마가 했던 말이다. 물론 당시의 빅터는 마음 속이 아니라 지금 바로 여기에 존재했으면 좋겠다고 대꾸했고. 한 시간 반 동안 성장한 주인공은 가장 소중한 친구를 보내줄 준비가 된 것이다. 그런 점에서 나는 아직 덜 컸다. 소중한 사람이 내 옆에 있었으면 하는 바람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사실 이대로 끝났으면 더 아름다운 엔딩이 될 뻔했지만, 스파키는 여전히 빅터의 옆에 머무르고 싶었나 보다. 그 마음이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나도 죽음이라는 벽을 무릅쓰고서라도 만나러 가고 싶은 사람이 있는지도 모르니까.

 

 팀 버튼의 영화라 그런지 애니메이션인데도 섬뜩한 장면이 꽤 있었다. 중후반에는 졸면서 봤었는데, 갑자기 키메라가 나오는 부분에서 잠이 확 깼다. 흑백인 데다가 캐릭터도 핏기 없이 뼈만 남아 전체적으로 괴기스러운 인상을 줬다. 하지만 스파키가 살랑살랑 흔드는 꼬리 덕분에 생기발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