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8
폭풍 같던 어제를 보내고 오늘은 좀 나을 줄 알았다. 근데 이번엔 쓰나미야. 일단 아침까지는 괜찮았다. 와플을 너무 오래 구워서 롯데와플이 된 것 빼고는. 빨래 한 더미를 세탁기에 넣어놓고 네토에 갔더니 주원이오빠가 있었다. 물론 어제 카톡 했을 때 장보러 가는 시간이 비슷해서 서로를 만날 줄은 알고 있었다. 그래서 양배추를 같이 샀다. 오빠가 내 방까지 물 6개를 옮겨주었다. 그리고 나는 리터를 사러 리들에 갔고, 오빠는 아침을 먹으러 집에 갔다. 근데 리들에서는 세일을 하지 않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토요일에 하는 거였다. 어쨌든 아침 산책을 끝내고 빨래를 챙겨 올라와 건조대에 널고 빨랫줄에도 널었다. 잠시 숨을 돌리고 오빠가 밥을 하러 왔다. 오빠가 양배추를 반으로 가를 동안 내가 밥을 안치고 의자에 앉아서 쉬었다. 그 와중에 오빠는 우리집 냉동실이 열려있는 걸 보고 다시 닫으려 했으나 얼음이 꽁꽁 언 상태라 손도 쓸 수 없었다. 그래서 열심히 깨부숴주었다. 내 칸은 됐는데 다른 칸이 안 돼서 잠깐 냉장고를 끄고 녹기를 기다렸으나 역시 실패. 온 부엌이 물바다가 됐다. 때마침 청소하는 아줌마가 오셨는데, 인덕션이랑 카운터도 닦아주시고 쓰레기봉투까지 갈아주시는 걸 본 오빠가 감탄했다. 원래 저렇게까지 안 하는데(오빠 말로는 부엌 근처에도 오지 않는단다) 내가 아줌마랑 말을 잘 터놔서 해주시는 것 같다고 했다. 뿌듯했다. 그렇게 오빠를 보내고 점심으로 진라면을 끓여서 계란도 넣고 밥도 말아 먹었다. 여기까진 참 좋았는데. 노트북이 고장났다. 고장보다는 내가 초래한 결과였지만. 네이버를 열심히 찾은 결과 부팅 디스크가 있으면 손쉽게 해결이 되는 건데 나한테는 없으므로 수리점에 가기로 했다. 처음 갔던 데는 수리를 하는 곳이 따로 있어서 없다고 다른 곳을 소개시켜 주었다. 두 번째로 찾아간 곳은 직원이 정말 친절했다. 하지만 수리 비용이 너무 비쌌으며, 2일이 걸린다고 했다. 그래서 울며 겨자먹기로 직원에게 자툰을 소개받고 나왔다. 트램을 잘못 타서 한참 걸어야 했지만. 자툰에 가니 105유로에 윈도우 usb를 팔고 있었다. 그래서 얼른 샀다. 여기고 저기고 직원들은 다 친절했다. 정말 어르고 달래면서 설명을 해주신다.. 어쨌든 예상보다 저렴한 가격에 사와서 노트북을 포맷시켰다. 그래서 이젠 잘된다. 비록 윈10이지만. 참 신기한 건, 이렇게 길고 험난한 과정 중에서도 전혀 초조하지 않았단 거다. 오히려 지나치게 침착했다. 수리점으로 가던 트램 안에서도 전전긍긍하기보다는 결국 모든 게 오늘 안에 잘 해결될 거라는 확신에 차있었다. 내 머릿속은 이미 해결한 후의 내 모습을 그리고 있었다. 어제오늘 신기한 일이 많다. 아, 저녁 준비하다가 칼로 손을 썰 뻔했다. 당근을 자르고 내 새끼손가락을 내리쳤다. 세게 맞은 것처럼 아팠지만 베였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지금 조금 아파서 포포크림을 약간 바르고 밴드를 붙였다. 아물겠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