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락원
나는 낙원에 있어. 즐거운 나의 집! 어제까지 너와 아침을 맞이했던, 같이 웃고 떠들고 뒹굴던 우리 둘만의 공간. 2주 동안 나는 생애 가장 달콤한 시간을 맛보았어. 그 누구와도 공유하고 싶지 않은 온전히 나와 너만의 시간. 이 공간과 그 시간이 빛났던 것은 우리가 함께 있어서야.
하지만 너는 여기 없어. 행복했던 시간도 막을 내렸지. 나는 실락원에 있어. 아담과 이브처럼 추방 당한 것은 아니지만, 대신 바다 밑에 가라앉았어. 미아가 된 조개껍데기야. 네가 홍콩으로 돌아가는 시간 동안 나는 혼자서 데굴데굴 굴러다녔어. 나는, 내 시간은, 그리고 내 공간은 너한테 길들여졌어. 잘 때는 네가 나를 꼭 안아줄 것만 같고, 침대에 앉아 있으면 네가 내 옆에서 날 지켜보고 있을 것 같고, 배고픈 나를 위해 네가 요리를 해줄 것 같고, 밥 먹었으니 양치를 해야 한다며 치약을 짜서 내 입에 물려줄 것 같아.
물론 우리가 함께 보낸 시간이 기쁘기만 했던 것은 아니야. 예전과 달라진 점도 있지. 나는 네가 내 이름을 부를 때마다 긴장하게 됐어. 네 잠꼬대에도 신경이 곤두서. 혹시 또 나 아닌 다른 누군가를 부르지 않을까 하고. 네가 말을 얼버무리거나 통화 음질이 좋지 않아서 목소리가 잘 안 들릴 때면 괜히 짜증이 나. 내 이름이 아닌 다른 이름이 네 입에서 나왔을까봐. 너는 같은 종류의 잘못을 반복해. 이제 실수가 맞는지조차 의심스러워. 네가 나를 보고 있는 건지, 아니면 내게서 이전의 그 여자를 보고 있는 건지. 그래서 날카로워. 네가 그 여자를 대했듯이 날 대하면 기분이 나빠. 하다못해 더 싼 걸 살 수도 있었지만 내가 소중하니까 비싼 걸 샀다던 젤 가격이 같은 것도. 아까 네가 나랑 결혼한다고 제대로 말하지 못했을 때 기분이 나빴던 것도 이런 이유였어. 내가 너보다 널 더 사랑한다고 단언할 수 있는 이유는, 이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널 여전히 사랑하기 때문이지.
2주 동안 내내 느꼈어. 너에 대한 내 감정이 변했다는 것을. 이건 언젠가 너도 나한테 한 말이야. 예전에는 널 조심스럽고 풋풋하거나 남성적으로 섹스어필하는 '남자'로 생각했어. 이제 넌 나에게 있어 '사람'이야. 네 모든 모습이 좋아. 네 눈에 맺히는 티끌마저도 사랑스러워. 네가 씻지 않아도, 자고 일어나서 바로 키스를 해도 좋아. 널 향한 사랑의 형태가 조금 바뀌었어. 너만 생각하면 가슴이 벅차. 너와 하는 그 모든 게 다 나를 행복하게 해. 잠든 나를 끌어안는 네 손을 꼭 쥐고 싶고, 내 옆에서 날 지켜보는 네 허벅지에 올라타서 마구 뽀뽀해주고 싶고, 날 위해 요리하는 네 등에 내 얼굴을 기대고 싶고, 양치를 하기 위해 세면대 쟁탈전을 벌이다 웃으면서 네 품에 안기고 싶어.
나는 지금도 널 보고 있어. 세상에서 가장 다정한 웃음으로 날 바라보는 너. 내 방 여기저기를 돌아다니고 있어. 내 질투쟁이. 물론 너도 나도 일상으로 돌아가야겠지. 잠시 떠나 있었던 우리 각자의 삶도 정리를 해야 할 테고. 아직 시간이 많이 지나지 않아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지금 힘들어. 가슴이 먹먹해. 너한테 칭얼대고 싶어. 네가 보고 싶어. 네가 나한테 만들어준 우리의 낙원에 나는 혼자 남았어. 나는 이 공간이 좋으면서 싫어. 너를 떠올리게 해서 좋지만 네가 없어서 싫어. 여긴 더 이상 내 집이 아니야. 우리집이지.
보고 싶어. 안고 싶어. 만지고 싶어. 쓰다듬고 싶어. 냄새 맡고 싶어. 먹고 싶어. 듣고 싶어. 내 모든 감각으로 너를 느끼고 싶어. 나는 너를 그 어느 때보다 그리워하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