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환이에게

 

 안녕, 내 사랑. 밤이 되니까 감성이 터짐과 동시에 널 향한 내 마음도 터질 것만 같아서 또 편지를 써. 과제 하기 싫어서 그런 거 아니냐구? 맞아. 나는 오늘도 과제를 하지 못했기 때문에 내일 열심히 해야 해. 정말 1도 성실하지 않아. 그건 너도 마찬가지겠지.

 

 먼저 내가 가장 하고 싶은 말은 사랑한다는 거야. 난 널 사랑해. 그것도 아주 많이. 그리고 고마워. 아까 문득 돌아가신 삼촌 생각이 났어. 우리 삼촌은 날 정말 너무 좋아하셔서 아빠한테 나를 입양하고 싶다고도 하셨고, 내가 원하는 거면 무엇이든 다 사주셨어. 근데 난 고마워하지도 않고 부담스럽게만 생각했어. 삼촌 만나는 게 좀 꺼려졌지. 돌아가시고 나니까, 사실 삼촌이 사고를 당하시기 2주 전에만 해도 알겠더라고. 내가 여태 받아온 게 뭔지. 그래서 그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었지만 이미 너무 늦었어. 삼촌도 그렇고 할아버지도 그렇고, 살면서 가끔 불쑥 생각이 나서 나를 울려. 후회로 가득 찬 추억이야. 오늘 그 생각의 끝은 너였어. 너한텐 그러지 말아야겠다고. 늘 고마워. 늦고 싶지도, 놓치고 싶지도 않아.

 

 그 다음엔 페북을 잠깐 봤어. 슈가맨에 투투의 일과 이분의 일이 나왔어. 잠시 너랑 헤어지고 나면 어떨지 생각을 해봤는데 울적해지더라.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모르는 사이가 되어야 하는데, 어떻게 그래. 왠지 넌 잘할 것 같지만. 나랑 헤어지지 말아줘. 난 지금도 여전히 불안해. 네 마음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혹시 기회가 생긴다면 네가 한눈을 팔지는 않을지, 그리고 그 모든 걸 나한테 숨기지는 않을지. 그래서 너 두고 여행도 못 가겠어. 나랑 연락하는 시간이 줄어들면 네가 딴짓을 하게 될까봐. 쓸데없는 것 알지만 걱정이 되는 걸 어떡해. 내가 계속 이런다고 질려하지 마.

 

 사실 네가 그냥 자서 섭섭했어. 얘는 갈수록 굿나잇 인사가 짧아지는구나 싶었지. 전화 걸어줘서 다행이야. 정말 사랑스러웠어. 난 네가 내 이름 불러주는 게 좋아. 습관처럼. 네가 혹시 다른 여자를 만나게 된다면, 실수로라도 내 이름을 불러서 헤어졌으면 좋겠어. 너무 유치한가.. 근데 내가 박근환의 끝사랑이긴 해. 늘 고민해. 어떻게 해야 얘가 평생 나만 바라볼까. 내가 너무 좋아하는 티를 많이 내면 기고만장해져서 나를 떠나지는 않을까, 그렇다고 너무 티를 안 내면 지쳐서 나가떨어지지는 않을까. 유덩이는 항상 생각이 많아.

 

 그리고 방금 든 생각은, 난 참 네 생각밖에 안 해. 뭘 해도 항상 끝은 네 생각으로 끝나. 보고 싶으니까 빨리 와. 너만 기다리고 있어. 이대로는 11월 한 달 동안 집에만 틀어박히게 생겼어. 사랑해. 사랑해. 많이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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