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서 유심칩을 사러 알디에 갔다. 점원이 실수로 충전 영수증을 줘서 15유로를 카드로 결제하고 2.01유로를 현금으로 거슬러 받았다. 집에 잠깐 왔다가 바로 학교로 갔다. 노트북으로 레퍼런스 프로그램을 구경하는 게 수업 내용이라서 집중할 필요도 없었다. 그래서 김이환이랑 페메를 했다. 소희랑 멘자에서 밥을 먹고 학생증을 충전하고 오토로드도 신청했다. 책도 주문했고. 도서관 가서 과제 할 자료 프린트도 했다. 소희는 운동복을 사러 시내에 갔고 나는 혼자서 정류장을 하나 걸어갔다. 이제 소희가 바쁘게 놀러다녀도 별 생각이 안 든다. 여기까지 왔으니 이제까지와는 다르게 살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부담감을 차츰 덜어내고 있는 것 같다. 평소에도 난 이랬다. 내 취미 생활에 제약이 생긴 뒤로는 계속 집 학교의 반복이었다. 웬만해선 밥도 집에서 먹고. 생각해보니 정말  똑같네. 아. 집에 와서 실수로 카톡 데이터 삭제를 눌렀다. 카톡이 초기 버전으로 돌아갔고 나는 아이디 탈퇴를 해야만 했다. 친구들한테 내가 뜨지 않는다. 내 소중한 대화 목록이 다 날아갔다. 어제 up을 보고 추억을 보내줘야 한다는 글을 쓴 지 불과 하루도 되지 않았는데.. 자의든 타의든 이렇게 된 이상 겸허히 받아들여야지. 처음엔 울고 싶었지만, 그리고 예전의 나 같았으면 하루 종일 멍했겠지만, 생각보다 쉽게 쿨해질 수 있었다. 진짜 좀 컸나봐. 그리고 독일 번호를 쓰는 동안에는 카톡에서 많은 대화를 하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다. 한국 가면 또 탈퇴해야 하니까. 어쩌면 한국, 내가 돌아갈 수 있는 곳, 과거, 추억, 기억 등에 매달리지 말고 지금 내 눈 앞의 현재를 직시하라는 큰 뜻이 있을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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